슬기로운 자본주의 생활법

SCHD 투자자에게 2023년은 아쉬움이 많은 한해일 겁니다. 일단 주가수익률이 안좋습니다. 12월 4일 기준, S&P500 ETF인 VOO는 올해 수익률이 20%고 나스닥 ETF QQQ 수익률은 무려 46%인데 배당ETF인 SCHD는 플러스는 커녕, 마이너스 3%입니다. 올해 받은 배당금을 전부 영끌해야 겨우 마이너스를 면할 수 있죠.

 

 

그러다보니 SCHD를 믿고 투자했던 분들 중 상당수가 떠나버렸습니다. 제 채널에도 이와 같은 댓글들이 올해 많이 늘었습니다. 

 

 

 

원래 배당주와 기술주 주가흐름이 서로 시차가 있는 편이다보니 시점을 언제로 보느냐에 따라 수익률 더 좋은 종목이 달라지긴 하지만 근 10년 간 나스닥 성과가 워낙 좋았고 앞으로도 빅테크 중심으로 기대할 부분이 많다보니 SCHD와 QQQ를 각각 장기투자했을 때 수익률은 대부분 QQQ가 더 높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실제로 SCHD가 상장한 2011년 10월 20일부터 2023년 11월 30일까지 SCHD와 QQQ, VOO 수익률을 비교해보면 QQQ의 압승입니다. VOO는 SCHD 배당수익률을 추가해서 비벼보면 얼추 비슷해질 것 같은 느낌인데, QQQ 수익률은 너무나도 높아보이죠.

 

참고로 해당 기간 배당금을 제외한 주가수익률은 QQQ 583%, VOO 278%, SCHD 194%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투자시작점을 더 이전으로 하면 어떤 결과가 펼쳐질까요? SCHD 기초지수인 Dow Jones U.S. Dividend 100 Index가 기록되기 시작한 1998년 12월 31일부터 2023년 11월 30일까지 말이죠. 볼 것도 없이 이번에도 당연히 나스닥의 압승이 예상될텐데요.

 

서대리가 해당기간 배당금을 제외한 SCHD PR지수와 S&P500, 나스닥100 지수의 일자별 수익률을 계산해서 차트로 그려봤습니다. 역시 예상대로 나스닥100이 수익률 769%로 압도적 1위였습니다. 2등은 수익률 409%인 SCHD가 차지했고, S&P500이 272%로 꼴등이라는 결과가 나왔죠.

 

아무래도 2000년 닷컴버블 이후 S&P500이 쭉 하락할 때, SCHD는 잘 버틴 덕분에 최종수익률에서는 S&P500을 이길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근데 이렇게 보니 나스닥의 힘은 지금 봐도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변동성 역시 최고지만요.

 

 

그렇다면 이 타이밍에서 3개 지수의 배당금을 재투자했다고 가정한 TR지수를 가지고 같은 기간 차트를 만들어보겠습니다. 배당재투자해봤자 무적인 나스닥 수익률만큼은 절대 못 이길 것 같지만 결과를 보면 정말 놀라운 일이 펼쳐집니다. SCHD TR지수 수익률이 나스닥100 TR 지수 수익률을 압도하기 때문이죠

 

SCHD TR 수익률 1092%, 나스닥100 TR 940%, S&P500 TR 492% 순입니다. 사실 저도 믿기지 않아서 5번 정도 엑셀 수식을 다시 점검해봤는데, 결과는 똑같습니다. 

 

어떤가요? 장기투자하면 나스닥이 무조건 좋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여기서 제가 느낀 점은 크게 2가지입니다. 노잼인 우량 배당주들만으로도 장기투자하면 충분히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 하나, 그리고 배당재투자와 장기투자가 만나면 복리의 힘이 더욱 강력해진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몇가지 감안해야할 사항들이 있습니다. 우선 TR지수는 기초자산에서 나오는 배당금을 그때그때 바로 1원도 안남기고 바로 재투자한다고 가정합니다. 그리고 세금을 내지 않은 세전 배당금을 100% 재투자하기 때문에 효율이 극강입니다.

 

반면 일반계좌에서 SCHD를 투자한다면 효율이 이만큼 나올 수 없습니다. 우선 배당금 자체가 3월, 6월, 9월, 12월에 나오기 때문에 중간중간 ETF에 쌓여있는 배당금을 바로 투자할 수 없습니다. 거기다가 일반계좌에서 SCHD 배당금을 받으면 15% 배당소득세를 떼고 주기 때문에 재투자할 수 있는 돈 자체가 줄어듭니다.

 

실제로 서대리가 올해 9월 받은 SCHD 분기배당금을 보면 세전 배당금은 총 $217.95인데 15% 세금 떼고 계좌로 들어온 돈은 $185.26입니다. 세금인 $32.69만큼 재투자할 수 있는 돈이 사라졌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TR지수보다 효율이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거기다가 실질적으로는 세후 배당금도 100% 전부 재투자할 수 없습니다. 요즘은 그래도 소수점 매매가 가능한 세상이 되면서 이 부분은 많이 보완됐지만 서대리가 받았던 SCHD 9월 배당금 가지고 SCHD를 다시 재투자한다면 $73 기준, 약 2.73주 추가매수 가능합니다. 짜투리 돈이 남겨되죠.

 

특히, 국내상장 ETF는 소수점 매매 기능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만약 배당금이 ETF 1주 가격이 안된다면, 계좌에 그대로 방치(?)됩니다.

 

 

 

이처럼 이론적인 TR지수 운용방식과 현실 제도 간의 괴리감이 있기 때문에 만약 SCHD가 1998년 12월 말에 상장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배당재투자하면서 투자한 사람이 있다해도 TR지수 수익률만큼은 아닐 겁니다. 

 

그렇다고 배당이 핵심인 SCHD인데 배당을 아예 제외하고 수익률을 계산하는 것도 말이 안되기 때문에 현실적인 SCHD 배당재투자 수익률은 PR지수와 TR지수 사이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2

TR지수 차트 비교에서 감안해야할 두번째 포인트는, "투자시작 시점"입니다. 계산 기준을 언제로 잡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죠. SCHD 기초지수가 1998년 12월 31일부터 시작한만큼 이때부터 2023년 11월 말까지 수익률을 가장 먼저 계산해봤지만 만약 2005년이나 2012년 등 투자 시작점이 달라지면 3개 지수 수익률 순위도 바뀝니다.

 

2005년 1월 1일부터 2023년 11월 30일까지 수익률을 살펴보면 S&P500 449%, 나스닥 1069%, SCHD 560%로 나스닥이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보여줍니다. 사실 1999년과 2000년, 2001년을 제외하면 2002년부터는 쭉 나스닥의 시대가 맞습니다. 2021년에 S&P500이 아주 사소한 차이로 나스닥을 이기기도 했지만 "장기투자 = 나스닥"이라는 말이 틀린 이야기가 절대 아닙니다.

 

거기다가 지난 25년 동안 아무때나 1월 1일에 S&P500이나 나스닥 ETF를 매수하고 지금까지 안팔고 가만히 있었으면 2022년을 제외하고 손실났던 적이 한번도 없었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2022년 1월에 투자했어도 2023년 11월 말에는 -1%였다는 얘기니 손실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하죠. 

 

 

참고로 배당재투자가 아닌 단순 주가 기준으로 투자연도별 누적 수익률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자료를 통해서 저희가 얻을 수 있는 결론은 무엇일까요? 저는 SCHD TR지수가 장기투자로 나스닥을 이겼던 1999년 ~ 2001년 비법이 무엇일 지 생각해봤는데요. 원인인 딱 하나입니다. 닷컴버블이 터지기 전부터 투자를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1999년 이후 닷컴 버블이 터지면서 나스닥은 고점 대비 -70%까지 하락했지만 SCHD는 상대적으로 적당히(?) 빠지면서 장기투자 효과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특히 2000년 1월에 나스닥 투자를 시작했다면 닷컴버플의 여파를 제대로 얻어맞았을테니 최종수익률이 낮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보면 언제 투자에 관심가지고 시작하느냐도 정말 중요한 요소입니다. 보통 취직하고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재테크에 관심가지는데 이 때가 주식투자 황금기와 맞물리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어떻게 보면 운의 영역이기도 합니다.

 

다시 SCHD와 나스닥 이야기로 돌아와서, 결국 SCHD가 누적수익률로 나스닥을 이기려면 닷컴버블급 하락으로 나스닥 지수가 폭락하는 이벤트가 일어나고, 그와 동시에 SCHD는 20년 이상 장기투자했을 때 그나마 가능성이 생긴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나스닥 중심으로 전세계 돈이 몰리는 만큼 거품이 자주 생깁니다. 나스닥이 변동성 큰 이유죠. 과거 닷컴버블 때와 다르게 지금 빅테크 기업들은 돈을 쓸어담고 있는만큼 같은 방식으로 폭락하지 않겠지만 영원히 우상향하는 자산은 없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하락이나 조정이 발생할 것입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SCHD가 이길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지겠죠.

 

 

하지만 아무리 S&P500과 SCHD를 사랑하는 서대리지만 머리로는 "10년 이상 장기투자한다면 나스닥이 가장 기대수익률 높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 연금계좌 연평균 기대수익률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 나스닥 ETF를 투자하고 있죠.

 

하지만 누구나 머리로는 이 사실을 알고 있지만 실제 내 돈 1억, 2억이 들어간 상태로 장기투자하면서 나스닥의 변동성을 버티는 것은 완전 다른 얘기입니다. 나스닥 ETF 투자를 시작할 때 대부분 최소 10년 장기투자를 결심합니다.

 

하지만 1년에도 몇번씩 찾아오는 주가하락에 멘탈이 흔들려 매도하고 배당주로 갈아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년 엄청난 하락장을 겪고 나니 변동성이 큰 나스닥보다는 배당금 적당히 주면서 주가방어력도 괜찮은 SCHD가 마음이 편할 것 같아 실제로 많은 분들이 갈아탔습니다. 하지만 올해 SCHD는 마이너스에다가 배당성장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데, 나스닥은 날아가고 있다보니, "역시 QQQ가 정답이다" 하면서 다시 돌아가는 분위기입니다.

 

네이버 데이터랩에서 QQQ와 SCHD 검색량 추세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나스닥 고점이었던 2021년 말까지 QQQ 인기가 치솟았지만 2022년 주가하락으로 QQQ 인기는 시들해지고 SCHD 인기는 꾸준히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올해는 SCHD 대신 QQQ가 주인공이었습니다. 그나마 SCHD 투자자가 위안을 삼자면, 작년 QQQ처럼 급락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QQQ가 좋다" "SCHD가 좋다" 가지고 싸우기 보다는 둘다 조금씩 투자해보면서 내 성향이나 현재 상황에 잘 맞는 ETF가 무엇인지 찾아가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수많은 데이터를 통해 QQQ 장기투자가 기대수익률이 가장 높다는 사실은 이제 거의 진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달콤한 수익률을 얻기까지는 대가가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간과합니다. 

 

제가 1년에 한번씩은 <돈의 심리학>이라는 책을 꼭 읽는데요. 이 책의 STORY 15 "보이지 않는 가격표" 파트를 보면 그 대가가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255p에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다른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성공적인 투자에는 대가가 따라붙는다. 그러나 그 대가는 달러나 센트로 지불하는 것이 아니다. 그 대가는 변동성, 공포, 의심, 불확실성, 후회로 지불해야 한다. 이것들은 모두 실시간으로 직접 상대해보기 전에는 간과하기 쉽다."

 

즉, QQQ의 엄청난 변동성을 버틸 수 있는 정신력을 대가로 지불해야 훌륭한 수익률을 얻을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SCHD는 변동성이 크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수익률이 단기간에 확확 올라가지 않다보니 다른 주식들을 보고 느끼는 FOMO와 의심이라는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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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SCHD 기초지수와 S&P500, 나스닥의 1999년 1월부터 2023년 11월 말까지 수익률을 비교해봤습니다. 데이터에서 확인했듯이 1999년부터 지금까지 25년 동안 투자했다면 SCHD가 나스닥을 이기는 엄청난 일이 일어나지만 2002년부터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나스닥 누적 수익률이 더 좋았습니다. 그리고 정말 특수한 기간 아니면 장기투자 수익률은 앞으로도 나스닥이 더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스닥의 기대수익률이 더 좋다고 QQQ에 투자한 모든 사람이 그 성과를 고스란히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 차트에서 볼 수 있듯이 엄청난 변동성을 버텨야 하죠. 단순히 차트로만 보면 5년, 10년 버티기 쉬워보이지만 내 돈이 큰 규모로 들어가는 순간, 1년도 버티기 쉽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단점입니다. 하지만 버틸 수만 있다면 3개 ETF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선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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