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자본주의 생활법

연금저축펀드를 조금만 공부해보면 이렇게 혜택이 좋은 계좌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압도적인 성능을 갖췄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연금저축펀드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지 않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만 55세까지 돈이 묶인다는 사실일 겁니다. 

 

직장인에게 연말정산 세액공제와 과세이연은 분명 엄청난 혜택이지만 연금개시 전에 계좌에 있는 돈을 인출하게 되면 그동안 받았던 혜택 이상을 세금으로 토해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결혼이나 내집마련, 자동차 구매, 출산 등 큰 돈 써야할 인생 이벤트가 예정된 투자자라면 자연스럽게 연금저축펀드를 이용하지 않게 됩니다.

 

실제로 연금계좌로 투자한다면 쭉 유지하다가 만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받는게 베스트입니다. 하지만 사람 일이라는게 언제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다보니 돈이 묶이는 연금계좌에 많은 돈을 투자하기 조심스럽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왕이면 적은 돈이라도 하루 빨리 연금저축펀드로 투자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우선 연금저축펀드는 생각보다 극악무도하지 않습니다. 돈이 필요하면 만 55세 전이라도 언제든지 돈을 빼서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때 연금계좌에서 돈을 빼도 소문과 다르게 나름 합리적인 수준으로 세금을 떼갑니다. 보통 내가 입금한 돈보다 많이 떼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계좌 전체를 해지하지 않고 필요한만큼만 빼서 쓸 수도 있습니다.

 

제 계좌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7/14 기준 연금저축펀드 총자산은 약 2208만원입니다. 근데 서대리가 아파트 구입에 돈이 부족하여 연금저축펀드를 해지한다면 실제 받게될 돈은 얼마일까요?

 

본격적인 계산 전에 구독자님들께서 방법이 조금 복잡하지만 한번 해보겠습니다. 연금저축펀드에 있는 돈은 크게 3종류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세액공제 받은 원금, 세액공제 받지 않은 원금, 마지막으로 투자수익금입니다. 여기서 세액공제 받지 않은 원금은 중도인출할 때 추가로 낼 세금이 없고 세액공제 받은 원금과 투자수익만 중도인출 시 기타소득세로 16.5% 세금이 부과됩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연저에 넣은 돈이나 수익을 인출하면 무조건 16.5% 세금을 떼야한다고 잘못 알고 계십니다. 근데 그렇지 않습니다. 세액공제 받지 않은 돈만큼은 별도의 세금 없이 그대로 빼서 쓸 수 있습니다. 

 

세액공제받은 돈을 인출할 때 16.5% 세금이 있는 이유는 연금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나라에서 세액공제 혜택을 먼저 줬는데 연금투자를 그만둔다고 하니 줬던 혜택을 다시 회수하는 개념입니다. 투자 수익도 마찬가지입니다. 연금저축펀드에서 투자하면 과세이연 혜택 덕분에 배당금이나 매도차익에 붙는 세금이 전혀 없습니다. 특히 배당금은 원래 15.4% 세금을 떼고 계좌에 들어오는데(원천징수) 연금저축펀드에서 받는 배당금은 세금 없이 100% 들어오죠. 

 

예를 들어 ACE 미국S&P500 5월 배당금으로 100만원 받았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 때 ACE 미국S&P500을 일반계좌에서 투자 중이라면 배당금의 15.4%를 뗀 84 6천원이 계좌로 들어옵니다. 

 

반면 연금계좌에서 투자했다면 같은 종목이지만 배당소득세 없이 100만원 전부 계좌로 들어옵니다. 과세이연 효과로 연금계좌는 15 4천원 더 받게 되고 이 돈으로 바로 ETF를 추가매수하거나 모아뒀다가 원하는 시점에 매수할 수 있습니다. 무조건 이득이죠.

 

 

이처럼 개인이 노후준비할 수 있도록 먼저 혜택을 줬는데 연금 투자를 안한다고 하면 그 동안 누렸던 혜택을 기타소득세 명목으로 회수는 것입니다. 인생의 진리인 GIVE & TAKE를 연금계좌로 확실히 배울 수 있습니다. 이 관점에서 세액공제 받지 않은 원금은 당연히 기타소득세가 붙지 않습니다. 받은 혜택이 하나도 없는 돈이기 때문이죠. 대신 세액공제 받지 않은 원금으로 투자해 얻은 수익은 과세이연 혜택을 받았으니, 투자수익을 중도인출하면 마찬가지로 16.5% 기타소득세를 뜯어가는 겁니다.

 

복잡하지만 복잡하지 않은 연금저축펀드 중도인출 세금을 알아봤으니 실제 연금저축펀드를 해지해서 돈을 전부 찾으면 어떻게 될 지 계산해보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연금저축펀드 총자산을 3개로 나눠야 합니다. 세액공제 받지 않은 원금, 세액공제 받은 원금, 투자수익으로 말이죠. 사실 세액공제 받지 않은 원금과 나머지로 구분해도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혜택 받은 돈을 인출하려면 평등하게(?) 16.5% 기타소득세를 내야하기 때문이죠.

 

제가 이용하는 미래에셋 앱에서는 알아서 세액공제 받지 않은 원금과 그 외 혜택받은 돈을 구분해줘서 계산이 쉽습니다. 세액공제 받지 않은 원금이 350만 1원이고, 세액공제 받은 원금 1480만원, 시세차익과 배당수익이 총 378만원입니다.

 

 

참고로 세액공제 받지 않은 원금은 올해 입금한 돈입니다. 올해 입금한 돈은 내년에 연말정산을 해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아직 세액공제 받지 않은 원금으로 나오는 것입니다. 올해부터 월 50만원씩 투자했고 벌써 7개월이 되었으니 총 350만원입니다. 나머지 1원은 2021년에 본인 계좌인증할 때 받는 1원인데요. 보통 입출금 계좌로 인증하는데 연금계좌도 될까 하는 호기심에 연금계좌번호를 입력했더니 돈도 들어오고 본인인증도 됐습니다.

 

 

, 지금 연금저축펀드를 해지하면 세액공제 받지 않은 3백만 1원은 그대로 돌려받고 나머지 1858만원은 16.5% 세금을 떼고 돌려받습니다. 

 

저는 세액공제 받지 않은 원금이 얼만지 모르는데 어떡해요?” 라고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대부분의 증권앱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죠. 메뉴 이름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연금 카테고리에서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미래에셋 앱에서는 연도별로도 세액공제 받은 돈과 받지 않은 돈도 확인할 수 있어서 편합니다. 개인적으로 미래에셋 앱 인터페이스가 깔끔하고 필요한 정보를 바로 찾아볼 수 있어서 좋아합니다. 하지만 옛날부터 이용하던 기존고객은 해외주식 거래수수료 인하와 환전우대를 안해주다보니 일반계좌는 키움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기존 고객도 챙겨주시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미래에셋에서 미국주식도 거래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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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제가 연금계좌를 해지하면 기타소득세와 지방소득세로 총 3,066,100원이 나가고 제 손에 들어오는 현금은 총 19,016,408원이 됩니다. 연금저축펀드에 입금한 돈이 총 1830만원이니 계좌를 해지해도 약 72만원 33만원 이득입니다. 괴담과 다르죠.

 

 

참고로 미래에셋 앱에서는 연금계좌 해지 시 예상 세금과 실제 받게 될 돈도 알아서 계산해주는데요. 서대리가 직접 계산한 것과 동일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담으로 세금 계산 방식은 우선 세액공제 받은 원금과 투자수익 각각 15% 기타소득세를 구합니다. 여기서 1원 단위는 빼버리는게 포인트입니다. 그 다음 기타소득세에서 10%를 곱해 지방소득세를 계산합니다. 여기서도 1원 단위는 빼버립니다. 있어보이는 말로 절사라고 하죠. 그 다음 기타소득와 지방소득세를 전부 더하면 실제 내야할 세금이 나옵니다.

 

 

연금저축펀드 계좌를 해지해도 돈을 잃지는 않았지만 그 대신 투자로 벌었던 돈이 거의 다 사라져버렸습니다. 투자수익이 378만원이었는데 세금으로 307만원 나갔으니 4년 넘는 투자로 번 돈이 겨우 72만원이죠. 단순 수익률로 계산하면 고작 3.9%로 1년 예금이자 수준으로 처참합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사실 연금저축펀드로 얻은 수익은 시세차익과 배당금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세액공제 혜택으로 매년 돌려받은 돈도 있습니다. 연말정산으로 환급받은 돈은 연금계좌가 아니라 월급계좌로 매년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이 돈은 일반계좌에서 VOO SCHD로 진화(?)하여 무럭무럭 크고 있습니다. 그래서 연금계좌에서는 이 돈이 보이지 않지만 확실한 수익입니다.  195만원으로 세액공제 받은 원금 1480만원에서 세액공제율 13.2%를 곱한 금액입니다. 사회초년생 시절에는 세액공제율이 16.5%였던 적도 있었는데 심플한 계산을 위해 13.2%로 통일했습니다. 저는 연말정산으로 한번도 토해낸 적 없이 매년 환급받았기 때문에 연금저축펀드 세액공제 혜택을 전부 받았습니다.

 

즉, 서대리가 그동안 연금저축펀드에 투자하면서 실제 번 돈은 총 574만원이고, 만약 지금 연금저축펀드를 해지하더라도 267만원 이득입니다. 단순 수익률로 14.6%나 됩니다. 확실히 기타소득세 16.5%가 조금 아쉽긴 하지만 중도인출한다고 무조건 원금 손해보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한가지 조심해야 할 경우가 있습니다. 연봉 5500만원 이상이라면 세액공제율이 13.2%다보니 연금계좌에 납입하여 세액공제 혜택만 받고 투자를 전혀하지 않았다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600만원 납입해서 받은 연말정산 환급액은 79 2천원인데, 중도해지할 때 내는 세금은 99만원으로 무려 19 8천원을 토해내야 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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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리는 연금저축펀드 계좌 자체를 해지한다는 가정으로 계산했지만 필요한 돈만큼만 인출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대신 이때는 나름의 전략이 필요합니다. 아까 세금계산 과정에서 알 수 있듯이 세액공제 받지 않은 원금만 인출한다면 전혀 불이익 없기 때문이죠.

 

서대리의 경우, 350만 1원은 언제든지 인출해도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비상금이라 생각해도 되죠. 만약 350만원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면 그 다음부터는 16.5% 기타소득세를 내고 쓴다 생각하면 됩니다.

 

연금저축펀드를 투자하시는 구독자님들도 이번 기회에 계좌를 해지할 때 받게될 현금이나 세금 없이 인출할 수 있는 돈이 얼마인 지 한번 검색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갑자기 돈이 필요한 순간이 올 수 있고 그때 이런 식으로 미리 알고 있으면 발빠른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렇게 정리하다보면 먼 미래에 연금수령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연금수령 금액과 돈의 성격에 따라 정말 복잡하게 세금이 부과되는데 나에게 가장 효율적인 연금수령 방법을 짤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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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어차피 뺄 돈이라면 일반계좌를 이용하는 것이 수익률 측면에서는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일반계좌에서 미국주식을 투자하면 배당금은 15%만 세금을 내고, 매도차익도 매년 250만원까지 비과세이기 때문이죠. 실제로 같은 방식으로 투자했다가 전액 현금화한다면 연금계좌보다 일반계좌가 몇만원, 많게는 30만원 정도 더 이득입니다. 

 

 

하지만 서대리는 한달에 5만원이라도 연금저축펀드에 입금하고 투자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단순히 돈을 얼마 더 버는 것을 떠나서 하나의 좋은 노후준비 습관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 

 

우선 "연금"과 "노후"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또한 나이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5년, 보통 20년 이상 꾸준히 모아가는 연금계좌 특성 상, 자연스럽게 장기투자를 염두에 두고 투자하게 됩니다. 서대리처럼 월적립 매수나 S&P500 ETF 투자로 나만의 보험을 만들 수 있겠다는 믿음도 생기고, 진짜 주식이나 ETF를 안팔고 모아갈 수 있는 습관이 형성됩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장기투자, S&P500 ETF 투자가 좋다는 사실을 깨닫고 투자를 시작해도 많은 분들이 중도포기합니다. 그동안 투자해왔던 방식과 안맞기 때문이죠. 하지만 연금저축펀드로 소액이라도 조금씩 투자하면서 습관과 믿음을 쌓았다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서대리 연금계좌만 봐도 무지성 월적립 매수만 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계좌수익률이 좋아지기 때문이죠.

 

또한 연금저축펀드에서는 제도적으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인 레버리지ETF나 인버스ETF 등을 투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투자지식이나 공부할 시간이 부족한 직장인에게도 조급함 없이 투자를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줍니다.

 

#오늘의 결론

연금저축펀드는 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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